용의자 X의 헌신 - 히가시노 게이고
히가시노 게이고 책을 어제 1권 다 읽고 오늘 또 읽어버렸다.
오랜만에 읽었던 추리소설이 꽤 많이 재미있었던 것 같다. 무료한 일상에서 도파민 터지는 일이었다고 할까...
또 오디오북을 사람들이 많이 언급하길래 한 번 유튜브 대신 이동시간에 들어볼까 하고 추천 글을 보다가
용의자 x의 헌신을 밀리 오디오북으로 보라는 추천이 있어서 오늘 아침 러닝머신 뛰면서 20분 넘게 들었다.
목소리에 좀 예민하고 취향이 있어서 목소리가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, 배속이 가능하고 중간 중간 음악이나 효과음이 나는 것이 좀 더 현장감을 느끼게 해줬다. 내가 실제로 이 소설 속에 들어간 느낌이라고 할까..?
나중에 잠이 안 오면 한 번 다른 책도 들어봐야 겠다. 목소리를 바꿔서... TTS라는 기능도 있던데, 이거는 목소리를 다양하게 고를 수 있다고 봤던 것 같다. 마음에 드는 목소리가 있으면 좋겠다.
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= 위까지 책과 관련없는 사담
제목을 읽고 누군가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하겠구나 이거는 사건과 관련있겠지? 라는 예상을 다들 했을 것이다.
근데 그 헌신이 생각보다 너무 너무 크고 일반적인 인간의 생애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것이 꽤 충격이라는 것.
커다란 반전이 있는 작품이라기보다 숨겨진 트릭이 있고, 이걸 다른 히가시노의 소설처럼 쉽게 발견하거나 추론할 수 없다는 점이 독특했다.
다른 소설들에서는 누가 죽으면 범인은 누구일까 왜 죽였을까 어떻게 죽였을까 라는 걸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읽을 수 있는데, 이 소설에서는 이미 대부분의 것들이 드러나면서 시작한다.
그래서 그걸 굳이 독자가 더 이상 밝혀내야 겠다라는 생각을 하기 보다는 이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를 하고 사건이 흘러가는지 지켜봐야 겠다라는 마음으로 조마조마하게 읽게 됐다.
이 책에는 뛰어난 물리학자와 뛰어난 수학교사가 나온다. 둘은 대학 시절 동기였고, 몇십년 만에 경찰과의 겹지인으로 다시 재회하게 된다. 이 둘이 나누는 대화가 간단하면서도 심오한데, 겉으로 보기에는 학문적이고 뭔가 속 뜻이 숨겨져있는 대화구나 정도지만 나중에 다 밝혀지고 나면, 문장의 뜻이 생각보다 심오하고 사건에 하나하나 적용이 된다는 것이 퍼즐이 맞춰지는 것처럼 놀라웠다.
결말이 주인공이 원하는대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, 내가 선택을 해야 하는 여자였어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.
기억에 남는 문장은 아래 2가지다.
진실을 알지 못 하는 것이 때로는 큰 죄악이 된다.
- 후반부쯤 구도가 야스코를 위로할 때 -
사람은 때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으로 누군가를 구원할 수도 있는 것이다.
- 이시가미가 모녀에게 받은 것 -
우리는 진실을 모를 때 마음대로 위로하거나 섣불리 판단하고 결론내려서는 안 될 것이다.
두 번째 문장은 주변에 많은 연예인이나 아티스트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봐도 알 수 있다. 정도는 사람마다 매우 다를 것이지만, 구원이라는 표현은 쉽게 쓸 수 있는 말이 아닌 것 같다.
누군가 밀리의 서재 리뷰에서 그런 말을 했다. "한국인이 감정이입하기 쉽지 않은 결말" 이라고 했다.
동의한다. 한국 사회는 점점 정이 없어지고 있는 것 같아서... 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갈수록 큰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.